![]() 어깨가 아프다. 요즘 수련은 게을리하고 집안일에만 계속 힘을 썼더니 아니나 다를까 근육이 단단하게 뭉쳐 버렸다.
이럴 때 마다 데이다라에게 부탁해서 안마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자신의 손으로 버티는 것도 슬슬 한계다. 바보 완력 히단에게라도 부탁하지 않으면. “히단-.” “응?” 다다미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히단이 내쪽을 돌아본다. 내가 만들어준 토스트를 입에 물고 있다. “나 어깨 좀 주물러 줘.” “내가 #$%^&…….” “뭐라는 거야?” 히단의 입에서 토스트를 빼내자 그가 곧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모처럼 쉬는 날에 누군가 이런 부탁을 해오면 귀찮기도 할 것이다. “오늘 저녁에 히단이 좋아하는 거 해줄게. 그러니까 부탁이야. 응? 히단-.” 데이다라보다 크다고 해도 아직 내게는 어린애나 다름없는데. 그런 녀석의 앞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자니 내 자신이 스스로도 참 뭐하다. 하지만 어떤 짓을 한다고 해도 이대로 어깨결림의 고통을 달고 생활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지금 안마를 위해서라면 뭘 못하랴. “요즘 누구 따라서 야채만 죽어라 파더니 웬 일이냐? 뭐 좋아.” 속으로 아싸를 외치며 히단에게 등을 보이고 앉자, 어깨 위로 그의 손이 올라온다. 꾸우욱-. 꾸우욱-. “아, 아야…;;;” 과연 바보 완력. 데이다라는 언제나 점토를 주물러서 그런지 몰라도 힘조절이 아주 능숙한데, 히단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그냥 누르고, 누르고, 누르고… 이따금씩 두드리도 하는데, 그냥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데이다라 녀석 어제 돌아오지 않았어? 녀석이 있는데 왜 나한테 온 거야?” “오랜만에 히단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러지.” “네 애인을 놔두고?” “오해야.” “그래?” 꾸우욱-. 꾸우욱-. “앗… 아흑…;;;” “이상한 소리 내지 마, 이번엔 저쪽에서 오해할지도 모른다?” “히단이 너무 세게 눌러서 그런 거잖아. 조금 살살, 그리고 목 주변도 조금 만져봐.” “네, 네.” 간질간질-… “와하하하핫!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간지러워…!” “그 동안 내가 싫어하는 야채를 억지로 먹인 벌이닷!” 간질간질-. 간질간질-. “아ㅎ! 아하하하하핫! 히, 히단! 히다아안!” 도망칠 수 없도록 한쪽 팔로 나를 끌어안고 목 뿐만 아니라 이제는 옆구리까지 공격을 해온다. 내가 간지럼에 약하다는 것은 그 동안 꼭꼭 숨겨왔던 비밀이었는데. 하필이면 장난꾸러기 히단에게 들킬 게 뭐람. “있잖아.” “후아… 하… 응…?” “그래도 난 니가 녀석과 키스 정도는 했다는 거 알고 있어.” “!” “어땠어?” 히단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물으며 내게 더욱 밀착해온다. 이것도 장난이다. 조금 짓궂은 장난. “혀를 쓰거나 한 거야? 응?”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뭐야, 시시하네.” 원래부터 이따금씩 야한 농담을 주고받았던 우리인지라, 이 정도의 대화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새삼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은 아마도, 데이다라와 입술이 닿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너희들, 괜한 것으로 고민하면서 재미없게 살지 마.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하루하루 즐기지 않으면. 마침 상대도 딱 좋잖아. 난 남자에게 전혀 흥미 없지만 자신이 여자라고 가정하고 아카츠키 내에서 자고 싶은 상대를 고른다면 데이다라야.” “하아…?! 어째서…?! ////” “왜냐면 봐, 얼굴과 양손에 3개나 있잖아.” “히, 히단 변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아무래도 좋다니, 잘 들어. 실전에서는 엄청난 거거든, 그게. 그걸 많이 쓰면 쓸 수록 여자가 기뻐ㅎ…컥!!!” 갑작스런 히단의 곡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가 머리를 부여잡고서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데이다라가 서 있다. 언제 온 건지, 하여간 꽤나 불쾌한 얼굴이다. “물어죽여줄까? 음?” “때릴 것 까지는 없잖아, 이 자식…!” 이윽고 데이다라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진다. 차가운 눈빛 그대로. 저도 모르게 움찔 해버렸다. “따라와라.” 뭐, 뭐지… 그런 낮은 목소리로… 아니, 데이다라의 목소리는 원래 중저음에 속하지만 조금 전의 것은 그보다 무겁고 낮게 들려왔다. 아무래도 내가 또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다.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게, 그렇게까지 조심하려 했는데, 결국엔 이렇게 되었다. 그야, 누군가 뒤에서 나에 대해 더러운 농담 따위를 하면 나라도 화를 낼 것이다. 수치라는 것은 남자 여자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게다가 데이다라의 예술, 그의 자존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냠냠이와 쩝쩝이라니.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는지 모르겠다. (…) “앉아라.” “네…….” 나도 모르게 존댓말로 대답하고는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데이다라의 방에 앉을 곳이란 침대밖에 없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등골에 식은땀 마저 흐른다. “뭐하고 있는 거냐? 이리 와라. 음.” 어기적 어기적 침대로 걸어가 털썩 걸터앉으니 데이다라가 뒤로 다가온다. 안마를 해주려는 것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면 안심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단지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야릇한 기분이 든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의 손이라고 해도 이런 건 이상하다. 틀림없이 히단이 내게 그런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으… 흣…….” 오감을 억지로 누르려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점점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 긴장 풀라는 듯이 이번에는 그의 손이 양팔을 감싸온다. 안 된다. 상냥한 손길이 더 위험하다. 그렇잖아도 뒤에서 안고 있는 듯한 묘한 자세 때문에 가슴이 두근대고 있는데, 이제 완전히 터져 버릴 것 같다. “저… 저기… 이제 됐어… 고마워…….” 얼굴의 열 때문인가, 눈앞이 팽글팽글 돈다. 얼른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도망치지 않으면. “내 손의 입, 어떻게 생기는 건지 알고 있냐? 음?” “…….”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데이다라의 물음에 멈칫한다. 이윽고 그가 말을 잇는다. “이것도 소환술의 일종이다. 소환자의 몸에 기생하면서 스스로의 의식은 없고 본체의 의식으로만 움직인다는 점, 차크라가 한계에 이르러도 본체가 죽을 때까지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 일반 소환술과 다를 뿐이지. 음.” “…그렇구나.” “오랜 시간 동안, 바위 마을의 비전으로 내려오면서 금지되어 있던 술법이다. 오오노키 영감탱이가 그 규칙을 깨고 내 가슴과 양손에 이걸 심었어. 처음에는 살갗이 벌어지는 정도의 감각이 점점 커지면서, 두 개의 입이 살과 뼈를 씹어먹고, 종국에는 차크라를 모조리 빨아들인다. 한 마디로 이걸 소환한 녀석은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되는 거다.” “…….” 3대 츠치카게가 자신의 제자였던 데이다라에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대로라면 이게 4대 츠치카게의 상징 같은 것이 되어야 할 터인데, 이제 더는, 내 예술의 도구에 지나지 않아." 냠냠이와 쩝쩝이에게 그런 의미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장난스러운 이름을 짓는 것은 그만두었을 텐데. 그것도 모자라 시모네타까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게 다 히단 때문이지만, 지금 부끄러움은 오로지 내 몫이다. "그래도 너는 이것들을 꽤나 좋아해주었지. 음." "……." "닌자라면 모두 같겠지만, 난 적과 싸울 때 양팔을 먼저 노려지는 경우가 많다. 뭐, 양팔을 잃게 되면 카쿠즈 나리가 대용품을 붙여주겠지만, 다시 한 번 그 고통스러운 술법을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무섭다. 음." 조심스레 데이다라의 손을 붙잡고, 그것을 내려다보며 고민해본다. 데이다라에게서 만약 냠냠이 쩝쩝이가 사라진다면. 그는 더 이상 기폭점토를 만들 수 없을 테고, 아카츠키에 남을 이유 또한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데이다라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나 또한 지금보다는 나은 꿈을 꿀 수 있을까. 아니, 결코 그것이 다가 아니다. 데이다라가 지향하는 예술가의 삶, 데이다라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평범한 행복이 아니다. '나'는 더더욱 아니다. 그 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켜봐온 내가 모를 턱이 없다.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내가 옆에 있어줄게." "……." "너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겠지만, 내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네 옆에 있을게. 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뭐든 할 거야.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이런 내가 바보 같아 보이지 않냐…? 음…?" "옛날에 농담삼아 예술 바보라든가, 점토 바보라든가, 그렇게 부르곤 했었지. 솔직히 말해서 난 예술의 예 자도 모르고, 데이다라가 말하는 순간의 미라는 것도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아직은 잘 이해할 수 없어. 가끔은 내가 너한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질투도 나고, 슬프기도 해. 하지만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네 전부니까, 계속 지켜보고 싶어." 데이다라를 좋아하는 만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괴롭다. 가슴이 조여오고, 또 조여온다. 하지만 견뎌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비참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나를 데이다라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야말로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