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으음… 그래……."
"지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고 있지?" "아… 걱정하는 네 마음은 이해한다만, 닌자가 다치는 걸 두려워해서 어쩌겠냐?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다. 음."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나를 생각해서라도 몸을 사리란 말야. 임무가 끝나면 거기서 만족하고 얼른 돌아와. 어차피 내일도 모레도 계속 임무의 연속일 텐데, 왜 그렇게 싸움에 집착해?" "난 싸움에 집착하는 게 아니다. 싸움을 통해 예술을 하는 거지. 적당한 정도로 만족해서 어찌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냐, 음?" "예술이 나보다 중요해?" 이런, 저질러 버렸다. 아무리 답답해도 이 말만은 꺼내면 안 되는데, 그 동안 쭈욱 참아왔는데. 데이다라의 당황한 표정. 예상대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방금 내 말이 아주 터무니없이 들렸을 테니까. 데이다라에겐 예술이 전부다. 10년 가까이 지내왔다고 해도 실제 남매도 뭣도 아닌 나 따위와 비교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다. 그 동안 함께 지내온 만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막상 대답을 들으면 무심코 상처 받을 것 같아서 애써 묻지 않으려 했다. 이런 일방적인 마음을 받는다고 해서 기뻐할 사람은 없다. 이쯤에서 그만두지 않으면……. "아까 오빠한테 부탁받은 일이 있었는데 완전히 잊어 버리고 있었어. 방금 것은 못 들은 것으로 해줘." "잠깐, 무얼 멋대로 이야기를 끝내고 가려는 거냐. 음?" 돌아서는 내 팔을 낚아챈 데이다라가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조금 무서운 얼굴. 그렇다고 화내는 건 아니겠지. 그렇잖아도 속상한데 '바보냐' 같은 말까지 들으면 정말 상처받아 버릴 것 같다. 지금 당장 이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고 싶다. "다음 임무에서는 네 말을 제대로 기억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음." "알았어… 그럼 난 이만……." "그리고 방금 전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만…" "아, 아니, 이제 됐어! 딱히 듣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오히려 듣고 싶지 않으니까!" "난…" "예술이지! 예술이 훨씬 중요한 거지! 알고 있어!" "……." 쌔앵-.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 것, 이참에 그냥 속시원히 들어둘 걸 그랬나. 내 말 같은 건 아마도 데이다라에게 귀찮은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겠지. 그것을 참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나는 만족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아, 왠지 좀 슬프다.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데이다라는 내가 없어도 예술이 있으니 괜찮겠지만, 내게는 데이다라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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