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투닥투닥-. "오빠! 이리 줘!" "싫다." 지금 사소리 오빠의 손에 들려 있는 낡은 종이 뭉치, 다름 아닌 내 어린시절의 시험지들이다. 어린 시절, 기억을 대부분 잃은 상태였던 내게는 일반 아이들이 닌자 아카데미에서 받는 수업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책속에 나와 있는 기본적인 지식이라면 나 혼자서 공부할 수 있었지만, 실전에 사용되는 여러 기술 등을 독학으로 익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한때는 오빠가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반은 이 세상으로부터, 반은 오빠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래 마을의 비전인 꼭두각시 인형을 제작하는 기술이나 그것의 조종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오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딱히 머리가 좋지도 실력이 좋지도 않은 내가 닌자로서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오빠 덕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내게 있어서 오빠는 어찌보면 부모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스승이기도 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빠의 말이라면 절대로 거스를 수가 없다. 설령 오빠가 낡은 시험지 따위로 짓궂은 장난을 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걸 왜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거야!" "내 언젠가 이걸로 너의 약점을 잡아서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듣게 할 셈이었지." "그런 것 없이도 오빠 말은 잘 듣잖아! 솔직히 나처럼 착한 동생이 세상에 어딨어?" "그야 평범한 심부름이라면 군말없이 하겠지. 허나 나는 지금 매우 심심하다." "하아?" "너를 괴롭히면서 시간 죽이기를 해야겠어." "이, 이 이상 어떻게 더 괴롭힌다는 거야! 그만둬! 오빠 바보! 얼른 이리 줘, 태워 버리게!" 투닥투닥-. "뭐하고 있는 거야? 음?" "!!!" 어깨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다. 오빠와 투닥거리느라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어느새부터인가 데이다라가 내 뒤에 서 있다. 하필이면 이럴 때 그가 나타날 게 뭐람. "데이다라인가, 이런이런. 시작부터 강력한 한 방을 먹게 생겼군, 그래." "오, 오, 오빠, 안 돼! 그것만은! 제발 부탁이야!" "???"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은, 그래, 그런대로 참을 수 있다. 바보 히단에게 똑같은 바보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조금 분하기는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비하면 그것도 썩 나쁘지 않다. "아무리 오빠라도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이 있는 거야!" "그러냐? 뭐가 왜 안 되는지 네 입으로 말해봐라. 그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지." "오빠아아아아-!" 그도 그럴 것이, 데이다라의 앞에서 만큼은 나도 언제나 제대로 된 연상의 여자로서 있고 싶다. 아니, 그것 뿐만이 아닌가. 어쨌든 싫다. 내 꼭두각시 인형에 대한 지식으로 오빠의 팔을 강제 분해하는 패륜(?)을 저질러서라도, 저 시험지를 당장 빼앗지 않으면 안 된다. "나 울 거야! 정말 울어 버릴 거야! 이런 아지트 나가주겠어! 오빠 얼굴 다시는 안 볼 거야! 흐애애애앵!" 아, 나는 바보인가. 이렇게 된 시점에서 이미 제대로 된 연상과는 거리가 멀어졌는데, 순간 서러워서 나도 모르게 애처럼 우는 소리를 내버렸다. (…) "그냥 시험지잖아. 이게 뭐 어쨌다는 거냐? 음?" 뜨헉. 잠시 방심한 틈에 데이다라가 오빠의 손에 들려 있는 시험지를 보고 말았다! "그런데… 뭐야, 이거. 오답, 오답, 오답……." 망 했 다. 오빠에게서 시험지를 가져가 아예 쭈욱 훑어보는 데이다라. 미처 막을 수가 없었다. "푸훕-." 데이다라의 웃음 소리 하나에 화살이 마구 날아와 박히는 것 같다. 아무리 어렸을 때의 것이라고 해도, 아니, 어렸을 때라서 더 부끄럽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시기에 데이다라는 나와 달리 마을에서 천재라고 불렸으니까.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 정말 싫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오빠의 방에 쥐구멍이라도 만들어놓을걸. 당장 숨을 곳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고속 풍차 돌리기로 이 자리를 뜨고 싶다. "나리, 놀리는 건 적당히 하라고. 음." "네가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나타난 게 나쁜 거다." "둘 다……." "?" "둘 다 미워-!!!" 다다다다닷-. 쾅! 화를 내며 문을 닫고 나와 버렸지만, 화가 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대로 계속 있다간 자신의 열로 인해 폭발하거나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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