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날 때는 언제나 아무렇지 않은 듯 미련없이 떠나고, 모처럼 같이 있게 되어도 틈만 있으면 다른 곳에 한눈을 팔거나 점토를 만지는 등 딴짓을 하면서, 자기가 필요할 때만, 자기가 원할 때만 이쪽을 돌아본다.

 남자란 생물이 으레 그런 것이지만 데이다라는 그래도 상냥하니까 조금은 다를 줄 알았다. 사귀기 시작하면 같이 있는 시간도, 그가 나를 생각하는 시간도 당연히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 사귀기 전보다 그는 더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하다. 나 혼자 고민하고, 혼자 슬퍼하고, 쓸쓸해하고, 마치 바보가 된 기분이다.

 거진 두 달 만에 돌아와서는 할 건 다 하고 (…) 그걸로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이 잘 자라고 하질 않나, 아침에 일어나보면 어느새 옆에 없고 그대로 다시 떠나려 하질 않나.

 내가 무슨 잠깐 쉬었다 가는 정거장이야, 뭐야. 한 번 쯤은 좋아한다든가, 그 비슷한 말이라도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 마저 없으면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있는 게 맞긴 한 건지-

 "사랑한다."

 맞긴… 한 건지…….

 응…?

 "(멍-.)"

 언제쯤이면 데이다라로부터 그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지금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계속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말해주겠지.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그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나보다 먼저라니. 내가 방금 잘못 들은 건가. 잠깐 꿈을 꿨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는 분명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어째서 지금… 그런 말을……."

 "부끄럽냐? 나도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난 이런 말을 그리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성격이 못 돼. 허나 다른 말을 해봤자 더는 소용없는 것 같으니 하는 수 없지. 음."

 "……."

 잠시 멍해져서 아무런 감각이 없었는데, 뒤늦게 얼굴이 타오르듯 뜨겁게 달아오른다. 지금 데이다라도 그럴까.

 뺨에 홍조를 띠고 있긴 하지만 나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그의 곁에 있을 때 살짝 수줍어하는 정도와 같달까, 내 눈에는 그냥 태연해보인다.

 "정말… 진심이야…?"

 "내가 마음에도 없는 여자와 사귈 거라고 생각했냐? 음?"

 "그치만 데이다라는 마음에도 없는 여자와 잤잖아."

 "그렇다고 해도 연애는 하지 않아. 당연한 것 아니냐. 연애 같은 건 나도 너와 마찬가지로 처음이라고.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참아라. 그러면 이 무딘 성격을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음."

 데이다라도 나를 위해 노력해주는 건가. 아아, 그렇겠지. 그는 나를 사랑… 사랑하고… 있…….(화끈화끈)

 "어이, 괜찮냐? 얼굴이 폭발할 것 같은데. 음."

 "으응… 예술적으로 기절할 것 같아……."

 내 말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데이다라. 그에게는 농담 정도로 들렸을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기뻐서 기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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