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예술의 여신인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군. 신화 속의 여신처럼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에 속이 비치는 야한 옷을 입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술의 신 치고는 꽤나 가리는 게 많아보이는걸, 음?”

 “여신이라고 해서 모두 쭉쭉빵빵한 것은 아닙니다, 데이다라여. 예술의 여신이라면 무조건 예쁠 것이다라는 생각은 아주 그릇된 선입견이랍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예술의 전부는 아니지요. 인간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도 예술이 하는 역할… 저는 지금 인간에게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길 바랍니다.”

 “당신의 옆구리에 붙은 군살은 마른 체형을 고집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나. 과연 예술의 여신이로군. 허나 성인 영화에 통통한 여자가 나온다고 한들 아무도 그게 예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음.”

 “바로 그런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제가 내려온 것입니다. 이리오세요, 제가 당신에게 진짜 예술이란 어떤 것인지 깨달음을 얻게 해드리겠습니다. 자… 너는 지금부터 통통한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 너는 지금부터 이 옆구리에 붙은 군살을 좋아하게 된다…….”

 내게 다가와 순순히 상체를 숙여주는 데이다라의 머리 위에 살며시 손을 얹고 주문을 외듯이 중얼거린다. 여신으로 변하면서 몸매도 바꿀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제법 재밌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 최면을 거는 건가?”

 “축복입니다.”

 쓰담쓰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다. 다음엔 무슨 장난을 칠까. 궁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덥석 하고 데이다라가 내 옆구리를 콱 움켜쥔다. 순간 으헛 하고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뭐하는 겁니까!”

 “당신의 축복을 받고나니 정말 이게 좋아질 것 같아서, 기왕이면 여신님의 것을 만져볼까 하고.”

 “부, 불경한 짓입니다! 저주를 내리겠습니다!”

 “부끄럽냐? 예술을 한다면 뭘 해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지, 음?”

 데이다라의 차가운 손이 옷 속으로 들어온다. 부끄럽지만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장난이라고 해도 이렇게 만지작거리면… 그냥 살을 만지고 있는 것 뿐인데 왜 야하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이대로 긴장이 풀리면 아까보다 더 이상한 소리가 나와 버릴 것 같다.

 “시, 시, 싫어! 이런 악마!”

 “무얼 새삼스레, 티끌 하나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예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음? 나를 포함해서 성격이고 뭐고 하나같이 비뚤어진 녀석들이 하는 게 예술이라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런 감각은,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데이다라는 실제로 여신을 만나도 이런 태도일까? 바보 같은 생각이란 걸 알지만 왠지 조금 무섭다. 이 짖궂은 표정, 진짜 여신이었다면 정말 악마로 보일지도.

 “뭐야, 보기보다 말랐잖냐.”

 “힘주고 있는 거야!”

 “호오?”

 문득 데이다라의 손이 등 뒤로 다가온다. 옷 속이라서 이미 충분히 야릇하건만, 그대로 낼름 하고 맨살을 핥는다. 흠칫 놀라 작게 경련을 일으키며 찌릿찌릿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감각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장난치고는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화를 낼 여유도 없다.

 “과연, 이게 너의 본모습이구나.”

 뜨겁게 달아오른 내 얼굴은 보려고 하지도 않고, 내 기분은 알지 못한 채 계속 장난을 쳐온다. 평소에는 귀엽다고 생각했던 짙은 다크서클이 오늘따라 왠지 달라 보이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큭큭 웃으니 정말 사악하게 들려온다. 농담이 아니다. 이 녀석은 악마다. 이제 체념하고 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수밖에…….

 만지막만지작-.

 “정말 나쁘지 않은데, 이 느낌.”

 “그 말 책임져, 나중에 다이어트하라고 하기만 해봐.”

 “하지만 조금은 빼도 괜찮을 것 같다. 음.”

 “진짜 저주 내려 버릴 거야, 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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