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고 보니 토비가 입단한지도 꽤 되었구나.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에는 완전히 익숙해진 것일까. 나는 비단 데이다라뿐만 아니라 아카츠키 멤버들 모두의 내조를 맡고 있다. 만약 불편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내게 얘기한다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일단 귀담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 히단의 찢어진 옷을 수선하는 것처럼 비록 작은 일이 대부분이만 어쨌든 자신이 능력에 한해서는 최대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토비는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는데다 전투에서도 도망치기 일쑤라서 다른 멤버들에 비해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달달한 디저트가 먹고 싶단다. 별일이네 하고는 데이다라에게 주려고 산 사과를 조금 나누어 애플파이를 만들었다. 방금 오븐에서 꺼내어 아직 따뜻한 파이는 서툰 내 솜씨로 만들었어도 그런대로 맛이 괜찮을 것이다. 지금 식탁 맞은편에서는 가면을 옆으로 비껴 쓴 토비가 의자의 등받이 쪽으로 향해 앉아 파이를 먹고 있다. 마치 식사 중에 TV를 보려는 아이의 뒷모습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 녀석, 만들어준 사람한테 먹어보라는 말 한 마디를 안 하네." 데이다라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서 심심했던지라 문득 시덥잖은 농담이 하고 싶어졌다. 물장구를 치던 토비의 발이 멈추더니 그가 가면을 똑바로 고쳐 쓰고서 내쪽으로 돌아 앉는다. 아직 파이가 남아 있는데 이제 만족한 것인가. 애당초 먹지 않는 녀석이니까 음식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남기면 조금 속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토비가 파이를 작게 잘라 내 앞으로 내민다. "자~. 아앙~." 이런 애교 섞인 목소리는 애인의 앞에서나 내는 것 아닌가.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 거의 반사적으로 주변을 휘휘 둘러 보았다. 혹시라도 데이다라가 본다면 '이 녀석들 평소에도 나 몰래 이런 짓을 하고 있구나' 같은 오해를 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것대로 이상한 것 같다. 이럴 때는 적당히 웃어넘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다. "농담이야, 농담. 하하하." 누군가 음식 수발을 들어준다면 굳이 꺼릴 사람이 있겠냐만은. '만약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그땐 끝이다'라는 데이다라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 이젠 죄책감 보다도 덜컥 겁이 난다. 그 후로 줄곧 조심해왔다지만 인간관계는 한순간의 실수로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데이다라는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이고 자기가 진심으로 내뱉은 말은 절대 주워 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언제나 선배 혼자 쩔쩔 매는 줄 알았는데~, 너는 너대로 잡혀 살고 있구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데. "어, 선배다~." 움찔 하고 돌아보는 순간 토비가 내 입을 벌려 파이를 쑥 집어 넣는다. 달달함이 혀 끝에 녹아들며 피곤함이 싹 가시는 듯해서 저도 모르게 우물우물 꿀꺽 맛있게 먹어 버렸다. (…) "맛있어~?" 그야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 입맛에는 당연히 딱 맞지. 조금 전까지는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한 번 맛보고 나니 아직 그릇에 남아 있는 파이도 먹고 싶다. 토비한테 달라고 할까. 아냐, 저게 칼로리가 몇인데.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 새삼 슬퍼져서 울컥하고 서러움이 밀려온다. "그냥 먹어~. 먹고나서 운동하면 되지~." 화류가의 여자처럼 어깨를 살살 흔들며 간드러진 소리로 유혹해온다. 나를 은근히 놀리고 있음에 틀림없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아직 집안일이 조금 남아 있으니까, 분주하게 움직이면 살이 찌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고는 마치 금단의 영역에 손을 뻗듯이 토비에게서 포크를 건네 받는다. 이게 뭐라고 간담이 서리고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지. 파이를 작게 잘라 입에 넣고서 조금 전처럼 우물우물하는데 어쩐지 조금 다르다. 별로 달게 느껴지지 않는달까. 갑자기 식욕이 뚝 떨어졌다. "이상하네… 조금 전에는 분명 맛있었는데……." 문득 허무함이 밀려와 힘없이 포크를 내려놓는다.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 갑자기 입에 넣어졌을 때는 당황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의식하고 먹으려니 자꾸만 나의 어린 애인이 생각난다. 요즘 내가 너무 말랐다며 걱정하고 있는 데이다라지만 막상 살이 쪄서 나타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어, 선배~." 토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또 입이 벌려지고 그 사이로 파이가 쑥 들어온다. 이번에는 토비가 남아 있던 파이를 통째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되면 다시 돌려줄 수도 없고 내가 전부 먹어치우는 수밖에 없다. 지금 토비를 얄쌍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감동하고 있다. 크흑. 그래, 이 맛이야. 피곤함이 싹 가시는 달달함. 우물우물 꿀꺽. 눈 깜짝할 사이 파이가 사라졌다. "부스러기 묻었어~. 내가 입으로 떼어줄까~?" 정말 벗기라도 할것처럼 토비가 가면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능글능글~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맛있게 먹었으니 젠틀한 느낌으로 저지한 뒤 직접 부스러기를 털어낸다. 수선을 마저 끝내고 얼른 움직이지 않으면. 속으로 생각하며 무심코 옆을 돌아보는데, 맙소사, 언제부터였는지 주방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데이다라가 서 있다. 아무 말 없이 이쪽을 쳐다본다. 어떡하지. 무표정이라서 확실히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조금 전의 그것을 봤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섭다. "……." 주변을 맴도는 잠깐의 정적이 가시처럼 날카롭고 아프다. 터벅터벅. 데이다라가 주방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나를 지나쳐 싱크대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평범하게 물을 따라 마신다. 분명 본 것 같았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다. 점점 더 두려워지며 심장이 쿵쿵 뛰어댄다. 아아, 나 정말 헤어지기 싫구나. 조금 전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잘 얘기하면 그냥 넘어가줄지도 모른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믿는 수밖에… 라고, 거기까지 생각하니 문득 어깨 위로 손이 올라온다. 고개를 들자 뜻밖에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데이다라와 눈이 마주친다. 그가 내게 나지막이 속삭인다. "난 이제 작업을 끝냈다. 너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방으로 돌아와라." 쪽, 내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가 하면 쓰담쓰담까지 해주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해서 한동안 같은 자세로 굳어 있었다. 입속에 남아 있는 파이의 맛이 비로소 되살아나며 무의식 중 머리 위로 손을 가져간다. 데이다라의 손은 평소와 다름없이 따뜻했다. 그리고 여전히 달달하다. (…) 토비 : 잘 먹겠습니다~. 데이다라 : 나는 계속 이쪽을 보고 있을 테니 안심하고 먹어라. 음. 토비 : 네애~. 감사합니다아~. 그런데 깜짝 놀랐어요~. 선배가 갑자기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으셔서 말예요~.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거예요~? 설마하니 저 어디 팔아넘기시려는 건 아니죠~? 전 약해빠져서 값도 제대로 못 받을 텐데~. 데이다라 : 그래서 내가 널 아직 데리고 있는 거다. 토비 : 헤헷~. 저도 선배랑 같이 있는 게 좋아욤~. 데이다라 : ……. 토비 : (우물우물) 데이다라 : 저기 말이다… 토비… 잠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만, 괜찮겠냐? 먹고나서 대답해도 된다. 음. 토비 : 말씀하세요 선배~. 데이다라 : 이런 얘기… 장난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난 지금 굉장히 진지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음. 토비 :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전개인데요~. 혹시 저한테 고백하시려는 건가요~? 데이다라 : 그럴 리가 없잖냐…╬ 너도 눈치챘겠지만 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 토비 : 아~. 맞아요~. 눈밑에 붉은 반점이 있던데~. 먹고나서 다시 토해내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거식증 초기 단계쯤으로 봐야겠네요~. 데이다라 : 토비 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음? 토비 : 는 수동적인 성격이라 자존감이 낮은 편이예요~. 자기보다 11살이나 어린 선배가 부담스러운 거겠죠~. 데이다라 :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냐? 내가 어려서? 토비 : 그렇다고 에게만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만약 선배가 진작부터 에게 '예뻐', '귀여워' 같은 말을 좀 더 자주 해줬더라면 아마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선배는 여자한테 아부 같은 거 못하잖아요~. 실은 딱히 진심이 아니라도 상관없는데 말이죠~. 데이다라 : ……. 토비 : 여자는 칭찬을 많이 들을수록 예뻐진다는 말이 있어요~. 정직한 것도 좋지만 선배도 이제 융통성을 좀 길러보시는 게 어때요~? 여자가 '쟤 예뻐?'라고 물을 때 남자에게는 '너밖에 안 보인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재치도 필요한 거예요~. 하하핫~. 데이다라 : 그럼… 그때도 그렇게 한 것이냐? 토비 : 그때요~? 데이다라 : 가 파이를 먹었을 때 말이다. 요즘에는 나랑 같이 채식을 하려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니까, 그렇게 맛있게 뭔가를 먹는 건 정말 오랜만에 봤거든. 마치 무언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나랑 있을 때는 괴로움을 자처하면서, 왜 너와는… 역시 너의 그 능청스런 성격과 말투 때문이냐? 토비 : 아~. 물론 그것도 있지만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예요~. 선배가 하고 싶으셨던 말도 결국엔 그거죠~? 저한테 스킬을 배우고 싶으신 거죠~? 좋아요~. 까짓 거 가르쳐 드리죠~. 토비 : (주섬주섬) 이제 괜찮으니까 저랑 마주앉아요~. 네~. 그렇게~. 데이다라 : (쭈뼛쭈뼛) 토비 : 자아~. 따라해 보세요~. 아앙~. 데이다라 : (머뭇) 토비 : 뭐 하고 있어요~? 빨리요~. 데이다라 : 아… 아아……. 토비 : 어디 초상 났어요~? 곡소리 내지 말구요~. 귀엽게~. 아아앙~. 데이다라 : ……. 토비 : 배우기 싫어요~? 데이다라 : 아-… 아아아-……. 토비 : 조금 나은데 여전히 침침해요~. 바리톤 성악 가수가 목 푸는 소리 같다구요~. 데이다라 :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콧소리를 내 본 적이 없다. 삑사리가 나는 게 당연하잖아. 토비 : 는 남자의 애교에 약해요~. 선배는 얼굴도 귀엽게 생겼으니까 제대로만 하면 대박이예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열심히 해주세요~. 이번에는 좀 더 애교를 섞어서~. 자기야~~~. 아아앙~~~.♡ 데이다라 : 아무리 뭐래도 남자가 그렇게까지 하는 건 징그럽잖아… 어이…;; 토비 : 남이 하는 건 징그러워도 내 사람이 하는 건 다르죠~. 는 분명 좋아할 거예요~. 데이다라 : 젠장… 포크 이리 줘 봐……. 토비 : 바로 그 자세예요~. 데이다라 : (헛기침) 자… 자기… 자기야……. 토비 : 오~. 나름 귀여워요~. 역시 얼굴로 반은 먹고 들어가네요~. 여기서 한 가지 더 조언을 드리자면 중저음 목소리를 조금만 가늘고 부드럽게 바꿔 보세요~. 화류가의 여자들이 하는 것처럼요~. 데이다라 : 그건 나 혼자 있을 때 연습하마… 차마 네 앞에서는 못하겠으니까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음……. 토비 : 이제부터 점점 더 어려워질 테니까 웬만하면 적응하도록 하세요~. 자~. 만약 가 머뭇거린다~. 그러면~. 자갸아아~. 나 팔아파~. 얼른 먹어죠~. 먹어죠~. 조용────. 데이다라 :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하나.(멱살) 토비 : 아아아악~! 장난 아녜요~! 이렇게 하면 가 좋아할 거예요~. 커헉~. 정말이요~. 선배의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먹지 않을 수가 없을 걸요~? 밥이든 디저트든 마음껏 먹고 다시 건강해질 거라구요~. 커허어억~. 데이다라 : 그래… 다른 방법이 없으니… 내가 속는 셈 치고 한 번 믿어 본다. 장난치면 죽을 줄 알아. 음. 토비 : 네애애~.;; (…) 임무를 떠났던 데이다라와 토비가 돌아왔다. 요즘 데이다라가 전서구를 통해 종종 지역 명물을 보내 주곤 했는데 오늘은 직접 사들고 온 모양이다. 반갑게 인사하며 그에게 다가가자 양손 가득한 봉투 안에서 달달한 냄새가 풍겨온다. 케익, 파이, 과자 등등 스위트란 스위트는 다 모였다. 전부 칼로리 깡패들이라 보나마나 먹은 만큼 다시 올라올 텐데. 행여 데이다라에게 들킬까 두렵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지쳤다. 이젠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오늘은 조금 덜한 것 같다. 애써 한숨을 삼키며 아지트 안으로 들어왔다. 토비는 오자마자 다시 나가버렸고 데이다라는 지금 소파에 앉아 있다. 그가 사온 디저트들을 작은 그릇에 일일이 따로 담고서 쟁반 위에 올려 테이블로 가져간다. 어차피 데이다라는 많이 먹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그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양이다. "잘 먹겠습니다."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 디저트들을 둘러보니 작은 조각으로 나눈 애플파이가 눈에 띈다. 사과잼이 벌집 모양으로 그려져 있어서 먹음직스럽다. 저번에도 이것만은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지. 어디 한 번 입에 넣어 볼까. -하고 입 근처로 가져가자 마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다시 내려놓고 싶지만 안 된다. 데이다라가 나를 보고 있으니 속이 뒤집어지는 한이 있어도 일단 먹어야 된다. "(우물우물)" 아-, 하지만 아무리 뭐래도 행복한 표정까지 가짜로 만들어내지는 못하겠다. 억지로 먹는 게 너무 티나는 것 같아서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데이다라 이 자식은 왜 먹지도 않고 계속 이쪽만 쳐다보는 거야. 애당초 왜 이런 칼로리 깡패들을 내게 데려왔어. 가슴도 작은데 살까지 찌면 어떡하라고. 너는 쭉쭉빵빵한 여자를 좋아하잖아. 모든 사람이 너처럼 평생 마른 체형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차라리 야채를 사 와. 살 안 찌는 샐러드를 사오란 말야. 아우우우우. "." 우울한 생각을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데이다라를 돌아본다. 어느덧 이쪽으로 돌아앉아 데이다라도 나를 응시한다. 손에는 디저트가 들려 있다. 그대로 침묵이 흐르기에 뭔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니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데 괜찮은 걸까. "아… 아아……." "?" "아아……." "???" 이 소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 일순간 내 머릿속에 여러 가지 가설이 세워진다. 1. 맛있다는 감탄사 2. 맛없음에 탄식 3. 디저트가 목에 걸림 4. 무언가 번뜩 떠올랐음 5.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내게 먹여주려는 제스쳐 6. 그리고… 그리고 모르겠음. "자… 자기야……." "저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데이다라가 어느덧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하니 5였던 거냐. 그건 그렇다 치고 자기야라니. 지금까지 한 번도 나를 그런 다정한 느낌으로 불렀던 적은 없었다. 데이다라는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라 애인인 내게 마저 그다지 응석을 부리지 않는다. 하물며 애교 같은 건 정말이지 요만큼, 요~만큼밖에 보지 못했다. 딱히 싫지는 않지만, 오히려 굉장히 기쁘지만, 문득 의문이 든다. 대체 이 귀여운 짓의 출처가 어디지. 토비의 머리에서나 나올 법한 행동인데. "자기야… 아아……." 토비가 틀림없다. 그밖에는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 어린애 같은 히단 조차 이런 닭살스런 말투는 쓰지 않을 것이다. 토비 이 노옴 내 애인에게 무슨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냐. 허나 지금은 고맙다. 덕분에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데이다라의 모습을, 내가, 크윽. "자기야아… 나… 팔 아파… 흡… 빨리… 먹어ㅈ… 먹… 흐읍……." 데이다라도 너무 본인답지 않은 말투를 쓰고 있자니 슬슬 무리가 오나 보다.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은 나인데 오히려 데이다라가 토할 것 같이 몸을 베베 꼬고 있다. 손발은 오그라들어서 펴지지 않는다. 그대로 놔두면 어떻게 되어 버릴 것 같아서 디저트를 덥석 받아먹었다. 그러자 이제 좀 살 것 같은지 '하-' 하는 작은 탄식과 함께 등받이에 몸을 늘어뜨린다. 그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참 애썼어. 토닥토닥. 겉으로는 씩 웃음 짓고 있을 뿐이지만 속으로는 그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데이다라가 확 하고 자세를 고쳐잡더니 표정도 진지하게 바꾸고는 내게 또 한 번 디저트를 내민다. 혹시 이걸 다 먹을 때까지 계속할 셈인가. 아아, 이젠 아무래도 좋다. 칼로리 따위 알까보냐. "흠흠… 아아-." 이제 좀 익숙해졌는지 데이다라에게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성격에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예쁘장한 얼굴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이럴 때 보면 역시 외모가 벼슬이랄까, 조금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데이다라가 뭘 해도 귀엽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정말 사랑스럽다. "자기야, 얼른-." 아이고 공주님,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집사가 참으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물오물)" 달달한 디저트가 혀에서 녹아 내리고 그런 다음에는 가슴을 따뜻하게 적신다. 거짓말처럼 속의 울렁거림이 사라지고 더는 음식을 삼키는 것이 두렵지 않다. 역시 그건 내 심리적인 문제였구나. 가슴이 행복한 기분으로 가득해지니 새삼 눈앞의 모든 것들이 반갑게 느껴진다. 데이다라가 도와준다면 전부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만큼은 다이어트 걱정 따윈 접어두고 마음껏 먹자. 토비 말대로 먹고 나서 운동하면 되지 뭐. 내 애인의 이런 귀여운 모습, 지금의 행복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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