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다라, 안에 있어? 나 들어가도 돼?”
“아아, 지금 물의 온도가 딱 좋다.” 타올로 몸을 감싼 채 문을 열고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서 뜨거운 김이 뿌옇게 올라와 욕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데이다라는 물에 몸을 담근 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오늘 임무에서 막 돌아온 터라 상당히 피로가 쌓여있을 것이다. “실례합니다.” 욕실 한 구석에 타올을 놓아두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물에 몸을 담근다. 이 욕실은 원래부터 여러 명이 사용하는 곳이라 넓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두 사람이 같이 들어가도 좁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따금씩 데이다라와 목욕시간이 겹칠 때면 목소리가 울리는 욕실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데이다라랑 처음 같이 목욕했을 때가 생각나. 내가 알몸으로 있는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이야.” “네 알몸 따윈 진작에 봤는데 무얼 새삼스레 부끄러워하겠냐. 음.” “그래, 그래. 하지만 그때의 데이다라는 엄청 놀랐었지. 후훗.” “갑자기 같이 있던 여자가 옷을 훌렁 벗으면, 그리고 그게 처음이었다면 누구라도 놀란다. 음.”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정말 귀여웠는데. 하하핫.” “웃지?” “그치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소리 오빠랑 같은 방에서 생활했고 오빠가 있을 때도 항상 아무렇지 않게 옷을 갈아입었는걸. 그게 습관이 되다보니까… 그리고 데이다라는 그때 어렸잖아. 여자 목욕탕에 가면 그런 꼬맹이는 흔하게 볼 수 있다구.” “10살이 넘은 시점에서 이미 꼬맹이가 아니잖아! 혹시 너 히단 앞에서도 그랬냐? 음!” “난 안 그랬어, 히단이 그랬지. 분명 노크하고 허락까지 맡은 다음 들어갔는데 알몸이더라구.” “그 자식…….(빠직)” “히단은 원래 그런 애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아. 데이다라도 신경쓰지 마.” “어떻게 신경을 쓰지 말라는 거냐, 다 큰 남녀가 알몸으로 같은 장소에 있는 거라고. 음!” “지금 우리도 그러고 있잖아.” “나와 히단은 다르지 않냐.” “뭐 히단은 가족이라기보다는 친구에 가깝긴 하지. 히단이랑은 가끔 야한 농담도 하고.” “한 번도 그게 위험하다고는 생각한 적 없냐, 음?” “지난번에 키스라는 건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는데 히단이 설명을 못하는 거야.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로 흘러가서 그때는 좀 위험하다고 생각했어.” “애당초 그런 얘기는 왜 하는 거냐? 친구라고 해도 히단은 엄연히 남자니까 조금은 경계해라.” “그렇잖아도 오빠한테 엄청 혼났어.” “암, 그래야지. 나리가 뭐라고 하더냐?” “내 몸 속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죽여 버릴 것 같은 살기를 뿜으면서 나를 쳐다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거냐! 그래서야 겁만 줄 뿐 아무 소용이 없잖아. 어쩔 수 없군, 너에게도 히단에게도 내가 확실하게 잔소리를 해두지 않으면. 음.” 데이다라는 뭐든지 쿨하게 넘어가줄 듯하면서도 은근히 엄한 구석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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