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이… 이거 하나가 명백하게 다른 것으로 보인다만, 설마하니 점토로 만든 것이냐? 음?"
"평범한 경단이야. 겉모습은 점토처럼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겉모습만이 아니다. 텍스처가 전혀 다르잖아, 텍스처가." "데이다라, 피곤해서 너무 예민해져 있는 거 아니야? 손수 간식을 만들어온 애인을 의심하다니 너무해." "……." 께름칙한 표정으로 내가 내어온 간식을 가만히 응시하는 데이다라. 이윽고 그가 경단을 하나 집어 입에 넣는다. 무려 점토로 만든 것을.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점토를 껌처럼 질겅질겅 씹는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끝내 그것을 꿀꺽 하고 삼킨다. "꺄아아악-!!! 데이다라 괜찮아-?!!!" 그림 속 뭉크처럼 두 손으로 뺨을 감싸며 경악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두 손으로 목을 감싸쥐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으으으으음…!!!" 데이다라의 괴로워하는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냥 장난 한 번 쳤을 뿐인데 이게 뭔 일이람.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허둥지둥 데이다라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킨다. 이윽고 그가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쪽-. 귀여운 소리와 함께 내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한다.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데이다라는 분신을 만들어 점토를 삼킨 다음 자폭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혹시… 분신…?" 정답, 그렇게 말하는 듯이 데이다라가 씨익 웃는다. 그리고는 어린아이 처럼 메롱을 하는 대신 내 입술을 살짝 핥는다. "본체는 어디에……." 두리번두리번. 바위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유유히 이쪽을 내려다 보고 있는 데이다라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 저기서 내게 손을 들어보이는 데이다라가 아무래도 본체인 모양이다. "깜짝 놀랐잖아,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러자 문득 분신 쪽의 데이다라가 고양이처럼 슬금슬금 내 앞으로 다가온다.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데,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뭐, 뭐야?" "네가 나에게 엄청난 걸 먹게 해줬으니 나도 그럴까 하고. 내 건 좀 크다." 대답은 본체로부터 들려온다. "?" "거기 있는 내 분신, 마음대로 해도 좋다. 음." "……." 그의 말이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나를 바라보는 유혹적인 하늘색의 눈동자는 일순간 머릿속으로 여러가지 파렴치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정말 마음대로 해도 돼?" "아아, 그래." 사람이란 것이 멍석을 깔아주면 도리어 망설이게 되기 마련.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다 분신의 데이다라에게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그러자 그가 자신의 뺨을 감싸오는 손을 붙잡는다. 그리고는 손바닥에 입을 맞추더니 같은 곳을 핥는다. 손등 쪽에서는 냠냠이가 나와서 또 그곳을 핥는다. 야릇한 감각이 전신에 퍼져나가며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나보고 마음대로 하라면서 네가 이렇게 또 나를 휘어잡으면 안 되지. 그런 생각에 데이다라의 양팔을 덥석 붙잡는다. 그리고 그를 과감히 쓰러뜨린다. 금발의 긴 머리카락 때문에 얼핏 여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앞머리를 살며시 뒤로 넘기면 앳되면서도 시원하니 남자다운 얼굴이 드러난다. 하늘을 담고 있는 두 개의 눈동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항상 생각하는 것은 다만 그가 나에게 있어서 더할나위 없는 상대라는 것이다. 본체의 데이다라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내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다. 아아, 카리스마 있게 쓰러뜨리는 것까진 좋았는데 왜 이렇게 손이 파르르 떨리는 걸까. 내가 그를 리드하는 것은 처음이라 필요 이상으로 긴장이 된다. 그러나 나도 어엿한 성인 여자. 모처럼의 기회이니 연상으로서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데이다라의 머리 윗쪽으로 손을 뻗어 그의 머리끈을 슬쩍 푼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그것만으로도 꽤나 흐트러진 모습이 되었다. 이참에 서클렛도 내 손으로 한 번 벗겨볼까. 어쩜 내 남자는 이마도 도톰하니 예쁘다. 그 위로 머리카락이 사뿐이 내려앉는 모양새가 별 것 아닌 듯하면서도 시선을 이끈다. 자 이제 코트다. 똑 똑 똑 단추가 하나 씩 풀릴 때 마다 묘한 쾌감이 느껴진달까, 뭐라 형용하기 어렵지만 하여간 슬슬 재밌어지려고 한다. 코트의 앞섬을 벌리니 그야말로 '무장해제'라는 느낌이다. 정말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어차피 분신이니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데이다라에게 입을 맞춘다. 혀가 얽혀 문득 깨닫고 보면 아까 점토를 먹은 탓에 약간 씁쓸한 맛이 난다.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다. 내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데이다라가 그런 나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몸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남자가 여자를 안을 때 느끼는 기분은 이런 것일까.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데이다라……." 뜨거운 숨결과 더불어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손을 꼭 붙잡는다. 그리고는 깨끗하고 가느다란 목에 입을 맞춘다. 쪽 소리에 반응하듯 그의 입술 사이로 조금 거친 느낌의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뿐만 아니다. 쿵 쿵 뛰어대는 심장의 고동이 들려오고 그의 발이 은근히 내 하반신을 더듬는다. 그가 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뭔가 말해봐… 분신이라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잖아…?" 내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가 붉어진 얼굴을 모로 향하며 대답한다. "이런 기분 처음이라서 부끄럽기도 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거기에 집중하고 싶다… 음……." 그래, 바로 그것이 반대로 내가 그에게 안길 때 느끼는 기분이다. 그가 나를 강하게 원하면 원할 수록 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어느때보다 깊이 느낄 수 있다. 다행히도 나는 알고 있다. 데이다라가 무엇보다 원하던 것이 바로 그 '사랑받는 느낌'이라는 것을. 오늘 만큼은 내가 너에게 느끼게 해줄게. 속으로 생각하며 그의 몸에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거기까지!' 하는 외침이 들려오며 퐁- 하고 눈앞에 있던 그가 사라진다. 그러고보니 본체 쪽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바위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선 데이다라.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고개를 슬쩍 들어 보니 그의 얼굴이 빨갛다. 분신이 겪었던 일이 본체에게로 회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아직 잘 먹었습니다 하기에는 이르잖아. 제일 중요한 타이밍에 사라지게 하다니." "거기서 계속하고 싶다면 나랑 해라. 설마하니 분신 쪽이 더 좋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음?" "글쎄, 언제나 내가 당하는 입장이여서 그런지 조금 전의 데이다라는 엄청 귀여웠어." "……." 그가 얄쌍한 눈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혹시 분신에게 질투를 하는 것인가.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설령 자신의 분신일지라도 그가 나 외의 다른 개체와 키스를 하거나 하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 꽤나 묘할 것 같다. "그러니까 뭐야? 그 망할 자식이 더 좋다 이거냐? 음!" "진정해, 아까 그건 데이다라의 분신이었다구." 말하자면 분신은 '또 하나의 나'인 셈이다. 자신에게 망할 자식이라니, 웃지 못할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잘 먹었습니다 하게 해주는 거야?" "아아, 얼마든지 와라." 여전히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가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당당하게 팔짱을 낀다. 질투도 질투지만 내게 여러가지로 사랑받고 있는 분신이 부러웠던 것 같다. 그렇다면야 마땅히 기대에 응해줘야겠지. 후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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