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 되었을 것이다. 데이다라가 불면증을 겪어온 시간.

 사소리 오빠와 만나고서부터 더 심해진 것일 뿐, 피곤함을 의미하는 그의 다크서클은 그가 아카츠키에 입단했을 때부터 이미 눈밑에 살며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애인으로서 부끄럽지만 데이다라가 어째서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지, 어째서 그토록 몸을 혹사시키고도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 초조해진다'는 그의 말과, '싫은 것을 잊기 위해서'라는 토비의 말이 이어지는 것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동안 데이다라의 누나로서, 애인으로서, 내 나름대로 그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노력해왔다. 내조자로서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들.

 그러나 데이다라에게는 별로 소용이 없었다. 지난 번 그를 진찰했던 의료 닌자의 말로서는 과로도 과로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심리적인 것에 있다는 것 같다.

 그를 지켜보면서 나 또한 느꼈다. 우리가 사귀기 전 잠시 사이가 벌어졌을 때, 사소리 오빠가 죽었을 때, 나는 그의 얼굴이 유난히 수척해진 것을 깨달았다.

 마음이 편치 못하니 잠을 자지 못하고, 그것이 육체적인 피로로 이어져서 결국에는 쓰러지는 일까지 생겼던 것이다.

 요즘도 나와 다투고나서 그는 언제나 안색이 좋지 않다. 오늘 낮에는 작업을 하는 도중 갑자기 코피까지 쏟았다.

 그렇잖아도 약해져 있는데, 내가 괜한 근심을 떠안겨주는 바람에 불면증이 더 악화되어 버렸다. 그것 때문에 자책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데이다라는 아직 어리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평상시에는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나중엔 어떨까.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딱히 의료 닌자가 아니더라도 수면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쯤은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그가 심리적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데이다라가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지. 계속 고민했지만 자신으로부터 썩 시원한 대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까지와 별반 다를 것 없지만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들.

 "자, 이리와."

 남자들은 무릎베개를 좋아한다.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말을 꺼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이 맞긴 한데 과연 이런 것에 효과가 있을까.

 탁탁 자신의 넓적다리를 두드리면서도 묘하게 민망함이 밀려온달까… 아아, 무릎베개 애호가 토비 때문에 나까지 이상해진 것 같다.

 아니, 아니! 그 녀석은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오로지 내 남자만 생각하는 거다. 뭐가 되었든지 간에 일단 하고 보자.

 "지금 거기 누우면 바로 잠들 것 같은데. 음."

 데이다라가 피식 웃음을 내뱉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번쩍 하고 의식이 깨어났다. 그래,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자, 자. 아무 때나 오는 기회가 아니야. 얼른 누워."

 휴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데이다라니까 어쩌면 필요없다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흥미가 있는지, 작업대 위를 정리한 뒤 조용히 일어나 내게 다가온다.

 폭삭한 침대가 내려앉으며 그가 무릎을 베고 누우니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체온이 느껴져서 도리어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지금 나… 어린애처럼 보이냐…? 음…?"

 "아니, 오히려 듬직해보여."

 어린애처럼 놀기만 좋아하는 녀석은 애당초 피곤해질 일이 없고 불면증도 겪지 않는다.

 어딘가의 누구라고는 콕 집어 말하지 않겠지만 데이다라의 경우는 다르다.

 그 동안 얼마나 애썼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런 것들이 전해져오는 듯해서 미안하고 안쓰러울 따름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질까 해서, 데이다라의 팔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잠을 청하는 듯하던 그가 웃으며 눈을 뜨더니 내 손을 자신의 입술로 가져가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꼭 움켜쥐며 다시 눈을 감는다.

 조금 전 그 쓴웃음은 무슨 의미였을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은밀하게 울린다.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던 걸까. 그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바람처럼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러자 머지않아 차분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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